베토벤 바이러스

2008. 11. 13. 13:19드라마이야기♪




아주 오래간만에 드라마 이야기에 포스팅을 한다.

한국에서 재밌게 보다가 온 드라마가 아닌,
밴쿠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긴 유일한 드라마가
베토벤 바이러스 이다.

지난 24년간 한국에 살면서
난 단 한번도 김명민이란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영화,시트콤은
한 편도 보지 않았다.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KBS에서 연기대상을 받았을때도
난 의아했다.
왜; 김명민한테 주는거야?;; (나의 소심한 불만 표출;ㅋ)

왜냐.. 난 단 한번도 불멸의 이순신을 보지 않았으니...
그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난 알 수 없었다.

작년에 MBC에서 연기대상으로 한참 시끄러웠을때도
당연히 배용준이 받을꺼라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태왕사신기도 단 한편 보지 않았지만
완전 초신인 '이지아'에, 방송전부터 한참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기에
당연히 배용준이라 생각하고있었다.

하얀거탑 장준혁을 거론할때, 난 그게 누군가 했다.
하얀거탑 역시 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의외로 드라마에 빠져사는 드라마순이인데
어쩜 지금 거론한 드라마는 단 한편도 보지 않았는지..

내 전공이 음악이고 하니, 은근슬쩍 들리는 베토벤 바이러스 소식을 들었다.
나오는 주요 배우가 김명민, 장근석, 이지아
누구하나 내 관심사에 있던 배우들이 아니라
한국에선 한번도 듣지 못했던 드라마였다.

여기와서 뉴스를 보는데 '베토벤..' 어쩌구 하는 기사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일단 내가 관심있어하는 음악가 이름에
왠지 음악관련 드라마일것이라는 위대한 추측력으로
베토벤 바이러스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날이 바로 베토벤 바이러스가 방영되고 난 다음 날이었다.
말하자면, 난 한국시간으로 목요일 오전이 되어야
여기가 수요일 학원에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때, 방송을 찾아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베토벤 바이러스

정말 사람들이 하얀거탑의 장준혁,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을
왜 그리 외쳐대고, 왜 그리도 많이 기억하고 있는지
단 한 편, 베토벤바이러스 제 1회를 보고나서 깨달을 수 있었다.

자기 캐릭터에 대한 엄청난 분석과 집중력, 또한 완벽한 이해

어디하나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카리스마로
드라마 빠순이인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똥덩어리, 거지근성등
쉴새없이 독설을 내뿜으며 시청자들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아니면 해내지 못했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매주 수요일, 목요일을 기다리고
한주 한주 베토벤 바이러스와 함께 보내기를
약 두 달 한 것 같다.

18회를 끝으로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될 베토벤 바이러스
18회에서 난 한없이 울고 또 울었다.




강건우 마에스트로가 시향에서 사표를 내고
시장이 시향을 없애려고 하면서 직업을 잃게되자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과감히 시향에서 사표를 낸 멋진 가장

자신의 분신이었고,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콘트라베이스를 내려놓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돈이 없어 엄마가 몇년간 돈을 모아 사주신 바이올린을 팔기위해
악기점에 갔다가
도저히 팔 수 없어 펑펑 울며 악기를 끌어안고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나서 나도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양말보단 이게 낫지?

낫긴 하지만, 딴 여자가 준걸 왜 저한테..

여자라니, 뭔소리야? 이거 내가 유학할때 베토벤 생가가서 산거야.
그 때 나한텐 딱 한끼먹을 돈 밖에 없었는데 그냥 굶고 샀어. 왜 그랬는줄 알아?

지휘자는 반지를 끼면 안되는데.. 그래도 끼고 다녔어.

피아니스트들이 터치감 키우려고 건반을 무겁게 하는 것 처럼 일부러 꼈어. 강해지려고.

이젠 니가 강해질 차례야
난 필요가 없어졌어. 이미 완벽하거든.
 



내가 좋아하는 강마에의 표정이다.
표현이 서투르고, 항상 차가운 그에게도
따듯한 정과 웃음이 있었다.

비록 루미와 강마에의 사랑이 예쁘게 그려진 것도 아니고,
강마에의 제자 강건우가 일약 스타지휘자로 떠오른 것도 아니고
뭐 하나 제대로 깔끔하게 끝나지 않은 드라마여서
약간 사실 찝찝하기는 하나..

항상 내치고 비판하고 태클만 거는 강마에를 끝까지 믿고 따른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와의 사랑, 서로간의 신뢰
또한 스승과 제자와의 신념, 사랑을 보았다.

다시한번 합창 교향곡을 함께 연주했을때는
지난번의 그것과는 또 다른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




마에스트로 강건우
배우 김명민

앞으로 내 가슴속에 영원할 것이다.





(그나저나..아즈씨.. 결혼 너무 빨리하셨어요 ㅜ_ㅜ)